과학자들과 다르게 심리학자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제한적인데요. 오늘은 심리학자들이 연구할 때 자주 사용하는 관찰(Observation)의 종류와 장단점, 사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 관찰
자연 관찰 (Naturalistic Observation)과 통제적 관찰 (Controlled Observation)
관찰은 가장 오래된 방법입니다. 사실 7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료 수집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고요.
관찰은 크게 ‘자연 관찰’과 ‘통제적 관찰’ 로 나뉘어져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자연 관찰은 그냥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고요. 통제적 관찰은 실험실에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관찰을 하는 방식이죠.
자연적 관찰은 과학적 연구의 시초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V자 모양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한 떼의 새(a flock of bird)를 본다’는 것도 관찰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럼,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자연 관찰 (Naturalistic Observation) 장단점
- 외적 타당도(Generalizability): 높음
- 재현 가능성: 낮음
- 윤리적 문제 가능성: 낮음
자연 관찰에서는 연구자는 연구 대상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인위적인 행동이 아닌, 진짜 생활 속에서 보이는 행동을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따라서, 피험자는 연구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실생활에 적용되기 쉽고, 일반적인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데 적합해서 외적 타당도(Generalizability)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험적 조작 없이 관찰만 하기 때문에, 피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은 윤리적 이점도 있어요.
반면, 외부 변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 있고요.
관찰자의 편향 가능성이 있고, 피험자가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나타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연구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대표적인 자연적 관찰로는 제인 구달 박사의 침팬지 연구가 있습니다.
제인 구달(Jane Goodall)의 침팬지 연구 (1960년대)
제인구달 박사는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심리학자로 최초로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있음을 밝혀낸 분입니다.
과거에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구 사용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차이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인 구달은 연구를 통해,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벗겨 개미나 흰개미를 잡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된 혁신적인 연구로, 당시 사용했던 방식이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한 것이였습니다.
제인구달 박사는 관찰을 통해, 동물도 도구를 사용하고,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감정을 느낀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구달 박사는 그냥 관찰만 한것이 아니라, 침팬지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을 했는데요.
침팬지에게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플로’, ‘피피’ 등 개별적인 이름을 부여하며 관찰을 했고, 학계에 발표할 때에도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 했습니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동물에게 숫자나 코드명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였거든요.
이는 많은 논란도 있었지만, 침팬지 사회내의 문화와 그들의 감정 변화까지도 읽는 수준의 연구를 해낸 관찰 방법 이였습니다.
통제된 관찰 (Controlled Observation)
- 외적 타당도(Generalizability): 낮음
- 재현 가능성: 높음
- 윤리적 문제 가능성: 높음
‘통제된 관찰’은 특정 환경에서 연구자가 변수를 조작하여 피험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실험과 관찰의 중간 형태 입니다.
장점으로는 변수 통제 가능, 재현 가능, 빠른 데이터 수집 가능한 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실험실에서의 행동이, 실제 생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일반화 하기가 어렵습니다. 변수가 달라지니까요. 전문 용어로는 외적 타당도가 낮다고 하고요.
피험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는 피험자의 행동이 왜곡되는 ‘호손 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
호손 효과는 사람들이 자신이 관찰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행동이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해요. 즉, 연구나 실험 상황에서 참가자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 현상을 말해요.
관찰을 받으면 행동이 달라진다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사는 시카고 근처의 호손(Hawthorne) 공장에서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변수를 찾기 위한 실험을 했어요.
예측되었던 변수로는 ‘조명 밝기’, ‘휴식 시간’, ‘보너스 지급’ 등 작업 환경 변화가 노동자의 생산성에 어떻게 미치는지에 대한 관찰이였어요.
이 실험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진행이 되었는데요, 흥미롭게도 조건이 어떻게 바뀌든 노동자의 생산성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윽고, 실험자들은 조명 변화나 작업환경 변화보다, ‘연구자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노동자의 행동을 변화시킨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연구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연구자의 기대에 맞춰 행동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호손 효과입니다.
통제된 관찰의 다른 예를 살펴볼까요 ?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의 ‘낯선 상황 실험’ (1970년대)
메리 에인스워스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발달 심리학자로,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에요.
애착 이론은 그 창시자인 존 볼비(John Bowlby)는 관찰에 기반한 연구가 이미 존재했고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보호자(특히 어머니)와 강한 애착을 형성한다’는 주장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950년대, 메리 에인스워스는 아프리카 우간다(Uganda)에서 2년 동안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를 연구를 했습니다.
이 연구를 하면서 아기들이 어머니에게 보이는 행동 패턴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죠.
예를 들어, 어떤 아기들은 어머니가 잠시 떠나도 불안해하지 않았고, 어떤 아기들은 어머니가 떠나면 극도로 불안해하며 울음을 터트린다는 식이였어요.
메리 에인스워스는 아이들에게 마다 생기는 차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아기의 애착 반응을 실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낯선 상황 실험’ 입니다.
이 실험은, 12~18개월된 영아가 보호자(어머니)와 낯선 환경 속에 접하게 되고, 보호자와 분리되거나, 또 다른 낯선 사람을 등장 시키는 식의 다양한 패턴을 통해 아기의 애착 반응을 실험한 연구 입니다. 초기 실험시에는 총 26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이후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반복적으로 수행되면서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애착이 평생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에인스워스의 연구는 지금도 부모 교육, 심리 치료, 대인관계 연구에서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실험을 통해 애착 유형을 과학적으로 분류하고, 이는 심리학, 부모 교육, 아동 상담, 정신 건강 연구에 자주 사용되고 있어요.
- 안정 애착 (Secure Attachment) – 약 60~70%
양육자가 일관되게 반응해주고, 안정적인 애착 형성한 경우 나타남.
성장 후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감이 높고, 감정 조절이 잘됨. - 불안-회피 애착 (Avoidant Attachment) – 약 20%
보호자가 아이의 감정 표현을 무시하거나, 정서적 지원을 잘 해주지 않는 경우 나타남.
성장 후 친밀한 관계를 피하고 감정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음. - 불안-저항 애착 (Anxious/Ambivalent Attachment) – 약 10~15%
보호자가 일관되지 않은 양육(때론 다정하고, 때론 무관심)을 한 경우 나타남.
성장 후 불안정한 대인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고, 애정 결핍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 - 혼란 애착 (Disorganized Attachment) – 약 5~10%
양육자가 아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때(학대, 방임, 트라우마 등) 나타남.
성장 후 심리적 불안정, 감정 조절 문제, 대인관계 어려움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
관찰 연구의 역사적 배경
마지막으로 관찰 연구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점검해보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관찰 연구는 심리학의 초기부터 중요한 연구 방법이였어요.
1879년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실험을 통한 관찰 연구를 도입하여 인간의 인지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1890년대 들어서,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무의식과 꿈 분석을 위해 사례 연구와 관찰을 활용합니다. 정신분석학의 등장이에요.
이때쯤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Skinner)와 왓슨(Watson)은 실험적 관찰을 강조한 동물 및 인간 행동 실험을 진행하게 되요.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fMRI, EEG 같은 생리학적 측정 기법과 함께 행동 관찰 연구가 신경과학과 결합 하게 되요.
온라인 행동 패턴 분석, 빅데이터 활용 등의 새로운 방식이 도입 되는 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컨텐츠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