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나스르 vs 가와사키, ACLE 아챔 엘리트 4강 두번째 경기는 조직력의 진수를 보여준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조직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개인기량’에만 의존한 ‘알나스르 클럽’을 3-2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알나스르 vs 가와사키
- 4강 2경기: 알나스르 2 vs 3 가와사키
- 경기 시간: 4월 29일 수요일 19:30분 (현지시간) / 4월 30일 목요일 01:30분 (한국시간)
- 장소: 킹 압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전반 로테이션을 돌리고도 가와사키 승리
가와사키가 여러모로 불리한 경기였습니다. 세가지만 꼽아볼까요. 선수 체급차, 원정 경기 같은 중립 경기장, 하루 덜 쉬어서 바닥난 체력. 사실 알나스르가 쉽게 가와사키를 꺾고, 결승에서 호날두가 우승하는 ‘호날두 라스트 댄스’ 그림이 그려지는 경기 전망 이였습니다.
가와사키는 라인을 내려서 점유율은 내주고,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 후 빠른 속공으로 전반을 지키고, 후반 나아가서는 연장 승부까지 바라보는 전략을 들고 왔습니다.
전반 초반 ‘이토 타츠야(Tatsuya Ito)’ 선수가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알나스르의 왼쪽을 무너트리기 시작합니다.
‘어 저 선수 뭐야, 키는 작은데, 빠르고, 기술 좋고. 오늘 몸 좋아보이네. 유심히 봐야겠다.’
전반 10분, 유심히 볼 틈도 없이 ‘이토 타츠야’ 에게 찬스가 찾아옵니다. 알나스르 수비가 높이 걷어낸 공이 하필 ‘이토 타츠야’ 혼자 있는 공간에 떨어지네요. ‘이토’가 원터치 발리슛로 연결, 원더골이 터지며 1-0으로 앞서기 시작합니다. 그가 유럽 무대에서 오랜 꿈을 이루지 못한채, 올 초반 가와사키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더 짠하게 만들더군요.
리드를 뺏긴 알나스르는 전반 내내 가와사키의 두줄 수비에 고전합니다.
가와사키 수비진이 간격도 좋았지만, 알나스르의 공략 방법도 나빴습니다. 느릿느릿, 후방에서 볼 돌리다가, 줄 곳 없으니 롱볼로 반대 전환 시도만 하기 몇 차례.
‘졸리네’
졸음이 쏟아질 무렵, 알나스르 등번호 10번 ‘사디오 마네(Sadio Mané)’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공간 창출, 곧바로 강력한 슛팅을 때립니다. 이 슛이 가와사키 수비 어깨를 맞고 굴절되면서 ‘야마구치(Yamaguchi Louis)’ 골키퍼 다이빙을 허공 다이빙으로 만들며 동점골이 됩니다. 그야말로 조직력 vs 개인기의 승부.
동점골 허용 이후에도 가와사키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던거 하더군요. 단단한 수비, 그리고 역습. 반면 알나스르는 둔탁한 빌드업, 부정확한 패스로 자꾸만 역습을 허용합니다.
전반 41분, ‘오제키(Yuto Ozeki)’의 추가골로 다시 가와사키가 앞서갑니다. 지난 8강 ‘알사드’ 경기와 전개가 똑같아요. (그리고 결과도 3-2로 이겨서 결과도 같았습니다)
다급해진 알나스르가 전반 44분에 교체카드 2장을 사용하는 강수를 씁니다. 사우디 선수 2명을 빼고, 외국인 선수 2명이 들어갑니다. 센터백 ‘라포르트(Aymeric Laporte)’ 와 윙어 ‘앙젤루(Ângelo Gabriel)’.
김환 해설위원도 그러던데, 냉정하게 외국인 선수가 많으면 강팀이 되고, 사우디 선수가 많으면 약팀이 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반전 부터는 거의 반코트 경기였습니다.
후반전.
알나스르는 높은 점유율로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을 소유하지만, 공간을 창출하진 못합니다. 가와사키는 전반에 쉬었던 주전급 선수들을 하나 둘,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선수들을 투입시킵니다.
64분 백전노장 ‘이에나가(Akihiro Ienaga)’가 투입되네요. 84년생이고, 과거 울산현대에도 반시즌 뛴적이 있는 선수라네요.
‘잠깐 84년생이라고 ? 옛날 한국나이로 41살. 생일 안지났으면 39살? 84년생 축구선수 누가 있지 ?’
찾아보니, 유럽에서 뛰면서 한시대를 풍미한 ‘페르난도 토레스’, ‘이니에스타’, ‘테베즈’, ‘슈바인타이거’, ‘로벤’, ‘플래처’, ‘페레이라’ 등이 있네요. 대부분 코치 및 감독 생활하고 있죠. 국내 선수로는 ‘김형범’, ‘오범석’, ‘이호’, ‘정조국’ 이랑 동갑이군요. ‘이에나가’가 ACLE 4강에 교체멤버로 출전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후반 76분, 교체 투입된 ‘이에나가’ 선수가 역습 상황에서, 멋진 쐐기골을 성공시킵니다. 역습 자체가 워낙 좋았습니다. ‘에리손(Erison Danilo de Souza)’이 역습 상황에서 연결 받은 공을 동료 선수들의 침투 시간을 벌어주며 볼간수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왼쪽 측면을 돌파해서 연결한 컷백을 ‘이에나가’ 선수가 골로 연결했습니다. 출전한 것도 대단한데, 득점까지 올리네요.
이제 알나스르는 총력전을 펼칩니다. 그저 뒤에서 올려주는 롱볼. 이게 부정확한 것도 문제이지만, 사기가 달아오른 가와사키 선수들의 몸놀림이 훨씬 더 기민합니다. 이대로는 3-1 패배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네요.
후반 87분, 갑자기 ‘아이만(Ayman Yahya)’ 선수의 말도 안되는 중거리 슛이 골로 연결됩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슛이네요. 가와사키 수비진이 워낙 밀집되어 있다보니, ‘야마구치’ 골키퍼 시야가 좀 가린 것도 있었고요. 아무튼 알나스르는 정말 조직력 하나 없이 개인 능력으로만 또 골을 성공 시킵니다.
3-2. 1골차의 아슬아슬한 승부. 여기서 갑자기 개인 능력으로 한골 넣으면 연장 갈 수도 있죠. 후반 추가 시간은 6분. 알나스르는 총력전을 펼칩니다만, 가와사키의 수비가 워낙 단단했습니다. 막판 ‘호날두’의 연속 프리킥. 연속 헤딩. 아슬아슬 하게 골이 들어 갈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야마구치’ 골키퍼가 마지막에 멋진 선방을 연달아 선보이며, 경기는 가와사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요코하마를 이긴 알나스르를 이긴 가와사키를 이긴 광주
‘광주 조 편성이 운이 없었네’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광주 8강 상대가 알사드, 4강 상대가 알나스르면 어땠을까?’
알나스르는 요코하마를 이겼지만, 광주는 조별예선에서 가와사키를 원정에서 이긴 적이 있죠. 만일 광주 첫 상대가 알사드였다면 해볼만 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라운드 컨디션 적응시간도 가지고, ACLE 아챔에 적응하다보면, 알나스르한테도 이겼을 것 같고요. 결승까지 가는 멋진 동화를 쓸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첫 상대가 하필이면 아시아 최강 ‘알힐랄’ 이였네요.
뭐, ‘알힐랄’과의 8강 경기에서 ‘오후성’ 선수가 ‘칸셀루’ 선수를 제끼면서 부상시키는 바람에, ‘알힐랄’이 ‘알아흘리’에게 졌다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광주에게는 아쉬운 조편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와사키가 결승에서도 잘 해서, 동아시아팀 위상을 높여줬으면 좋겠고요. 돈 많이 벌어서 외국인 선수 더 보강하면, 조별예선부터 일본팀과 박터지게 싸울 것이 걱정이 듭니다만…
이왕이면, ‘광주를 이긴 알힐랄을 이긴 알아흘리를 이긴 가와사키를 이겼던 광주’ 를 완성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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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컨텐츠로 뵈여.